[네이버블로그 2016. 11. 23 작성]
코스타리카 생활, 오늘로 만 11개월을 꾹 찍었다. He vivido desde hace 11 meses!
도대체 1년 가까이 살면서 뭘 한 건지.
홈스테이를 하면 티코/티카와 얘기하며 practica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우리는 가족이라 한 살림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학교나 수퍼(많은 말이 필요치 않다. 얼마냐, 전기/인터넷요금 내겠다 정도), 페리아에 가면 숫자 연습은 많이 할 수는 있다.
영어가 되면 잘 따라갈 수 있는데 한국에서 영어학원 문턱을 넘어보지 않아 30대가 넘으니 영어로 말을 할 수가 없고 영어와 비슷한 어휘들이 많은 스페인어도 잘 따라갈 수 없었다. 이제는 뭐가 스페인어고 뭐가 영어인지.
스페인어의 바이블이라는 책을 한국에서 받아보았으나 한국의 스페인어 책은 직설법 위주이다.
접속법이 없는 것은 아니나 배열도 체계적이지 않고 짬뽕인 것 같고 많이 다루고 있지 않은 듯하다.
한국에서 기업 아니면 영어 쓸 일도 별로 없는데 스페인어 쓸 기회가 뭐 있다고. 그러니 직설법 위주의 책들만 거의 나온다.
문제는 접속법이다. 역시 언어는 현지에서 배우는 게 최고라고 현지에서만큼 체계적이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완전히 소화해내긴 어렵다.
문화와 관념이 다르다.
그리고 어순이 다르다. 어휘가 다르다.
아무리 사전을 찾아 말을 해도 no funciona란다. 사전의 어휘와 현지에서 쓰는 어휘는 다르다.
역시 중학교 때 영어문법을 배우면서도 말하는 훈련이 안 된 한국인, 난 딱 그거다.
영어도 안 되고 스페인어도 안 되고 아...
단어가 생각이 안 나고 이러다 한국어도 까먹을 듯.
역시 언어는 젊을 때 해야 한다. 마흔을 코앞에 두고 정말 힘들다.
아르헨티나는 palabra가 또 달라서 따로 또 공부를 해야 한단다.
ll, y 발음도 다르다. 속도도 빠르단다. 완전 긴장이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하니 쓰는 것보다 말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생각하면서 말하려니 한 마디 하려고 해도 세월 다 가는 것 같다.
미국 친구들과도 더 가까워질 수 없고. 뭔가 말하고 싶어도 정작 내가 말하려는 문법이 뭔지...
지금 선생은 한국인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듯하다. 불친절하고 무례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서양인들과 달리 한국인은 빈도수도 적고 표정과 단답식의 무언의 뭔가로는 절대 이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사소한 거라도 고맙다, 실례한다 이런 말은 자꾸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남의 나라에 살면 그 문화를 따라야지. 그래도 학생 앞에 대놓고 한국인들은 뭐라고 하면서 흉을 보는 건 선생의 기본 태도는 아니지만. 본인이 가르치는 입장이면 내가 가르치는 학생의 문화를 공부하는 것도 선생의 기본 자질이지. 동시에 그 나라에 살면 그 나라에 맞는 문화를 습득하는 건 학생이나 이민자의 예의이기도 하고.
서로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남의 나라에서 산다는 건 반평생 살아 온 나의 익숙한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한다.
남의 나라에서 사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기 힘들고 스트레스의 연속이고 모든 행정과 절차와 문화와 생활양식 등을 뒤엎지 않으면 남의 나라에서 어떻게 살까. 남의 나라에 사는 사람치고 건강한 사람이 많지 않다. 의료적인 부분만큼은 정말 정말...
먹는 것은 다소 비슷하거나 동일군으로 교체할 수 있다. 구하기 힘든 것도 간혹 있지만.
문법은 계속 공부하면서 익히면 되지만, palabra는 정말 중요하다. 그거라도 알면 누구라도 고쳐줄 수 있으니까.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다. 자기비관과 열등감과 허무함이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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