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실주의적인 사람이다.
눈에 보여야 판단하고 이해되어야 행동하는 사람이고, 실제적으로 될 수 있는가 아닌가를 판단해야 하는 사람이다.
아르헨티나에 있을 때 남편과 얼마 동안 나누었던 tema가 있는데 쉽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어느 날은 미국에서 아르헨티나에 처음인 목사님이 행사차 방문하셨다가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라며 나누었는데 남편이 말한 그런 것이었다. 솔직히 남편이 의심스럽기까지(?) 했었는데 나를 위해 그분을 보내셔서 믿도록 하심이 아닌가.
결혼 전 좀 힘들게 살았어서 가장 신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재정의 채워주심인데 결혼한 지 14년을 돌이켜보니 돈 때문에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
물론 우리는 돈이 없다. 교역자 사례비가 얼마나 되는가.
신혼 때 시부모님 집에 얹혀 살며 남편은 무임사역하며 교통비로 받는 20만원에, 나는 막 사역지를 더 멀리 옮겨 교통비도 많이 나가는데 더 적은 60만원해서 토탈 80만원으로 신혼을 시작했었다. 어머니께서 이것저것 챙겨주시고 어머니가 음식을 하시면 얻어 먹고 그래서였지 80만원은 미혼청년이 혼자 살기에도 힘든 액수다.
그러면서 사례비 받으면 비비큐 반 마리 포장해와서 행복하게 나눠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시부모님을 떠나서 남편 혼자 사역하고 우리 둘만 나와 살기 시작하면서도 크게 힘들지 않았다. 돈이 많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부족하지 않았다. 무임사역하던 남편이나 어렵게 살았던 나나 모아둔 돈은 단 한 푼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때문에 뭘 못하거나 돈 때문에 크게 고생한 기억이 없다. 옛날에 어릴 때나 돈이 없어 무시받았지.
돈 때문에 싸운 기억도 없고, 돈 때문에 오는 갈등도 없었다. 물론 좋은 집에 살 수 있는 돈도 없었고 한국에서의 모든 사역을 내려놓고 선교 나가려고 남편 고향으로 다시 올라갈 때에야 고민은 됐다. 돈이 없어서.
그러나 어찌저찌해서 지방살이, 사역을 청산하고 이사는 했다.
사정상 교단을 통해서 나가지 못해 국내에 주파송교회가 없었다. 하나님이 주파송교회를 미국에서 붙여주셨고 국내 작은 개척교회 동기 목사님들이 조금씩 후원을 해주시기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국보다 물가가 싸니까 그리 힘들지 않았다.
처음이니까 십일조 10%를 모았다. 한국에서는 5만원 해봤자 큰돈은 아닌데 현지에서는 클 수 있는 돈이라 현지 어느 교회에 십일조를 내기 어려워 일단 모으기 시작했다. 그것을 모아 현지 교회 어떤 성도의 집 지붕을 고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또 모아서 코로나 상황 가운데 문구류를 사다가 현지 교회에 기부하고, 또 모아서 스탭들 생필품 사서 나눠주고...
재작년 하반기에 건강에 적신호가 와서 어쩔 수 없이 잠시 들어와 있기는 하지만 계속 십일조를 떼고는 있었다.
감사하게도 돕는 손길이 있어 1년은 한국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1년 동안 빨리 치료받고 다시 나가야지 했는데 웬걸 상황은 1년 가지고는 해결할 수 있는 건강상태가 아니어서.
게다가 약품이 비급여라 1회당 5백만원이 나가게 생겼는데.
5백만원이면 남을 주라고 하면 주겠는데 나를 위해서, 단 한 번의 투약을 위해 5백만원? 헐...
세 번 정도 맞았나... 하나님, 더 안 되겠어요. 그냥 몇 번 더 맞고 말아야겠어요.
그랬더니 어느 날 검색을 하다가 급여로 바뀌었다는 놀라운 기적같은 뉴스를 접했다. 25만원이 넘지 않게 되었다.
들어온 지 1년 정도 되어갈 때쯤 정리한 것을 보니 돕는 손길들이 들어온 때부터 연말까지, 1월부터 그 시점까지 얼마인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서야...
그 때 십이조를 실행했다. 10% 십일조, 10% 사역비.
그 20%는 내 병원비로도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사역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다른 선교사님 가정이 선교지로 나갈 때 드리니 오히려 우리를 도와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받느냐고 100% 거절,
그러나 이 돈을 안 받으셔도 우리는 못 쓰는 돈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입니다.
그래야 너무나 미안하게 받으신다.
그 20%만 하나님의 것이 아니다. 100% 모두 하나님의 것인데 일부는 우리가 생활이나 병원비로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하나님이 물질을 주실 때에는 목적이 있으시다. 다 너희만 잘 먹고 잘 살아라 하시지 않으신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신다.
올해 들어서 터키(튀르키예)에 지진이 났는데 거기에 아는 선교사가 없어 일단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사역했던 교회, 지금 일시적으로(?)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서 헌금을 받는다고 광고가 올라와서 얼마를 헌금하고,
남편이 예배 중에 은퇴 선교사를 위한 선교관에 대한 마음이 들어 나에게 동의를 구했다.
당연히 아깝지는 않으나 그 용도가 맞는지 다시 물었고 남편이 그렇게 말할 때는 늘 틀린 적이 없기에 곧 우리가 모은 10%의 모든 금액을 주님 앞에 드렸다. 그래서 계속 모으게 하신 것이었나보다.
그 다음 날,
미국에서 연락이 왔다. 안 그래도 액수가 많아 연락하려던 참이었는데 그 교회의 교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니란다.
외국인 의사가 선교사를 돕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우리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투병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으나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으로부터 후원을 받다니.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는 제한이 없으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제는 더 의심이 없다. 하나님이 하신다고 하면 반드시 될 것이고 무조건 아멘이다.
우리가 우리 몫으로 돌린 금액에서 헌금을 한 것도 아니고, 하나님 나라의 몫으로 떼놓고 모은 것에서 드렸을 뿐인데
하나님은 바로 우리가 사용할 몫으로 바로 응답하셨다.
며칠을 내가 정리해놓은 파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또 다시 실행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어서 십삼조를 실행해야겠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은 당연히 "해~ 당신이 원하면".
한국에 머문 지 1년 반이 되어가는데 여전히 우리는 어려움이 없다. 이 은혜가 얼마나 큰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커질수록, 그것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결단해야 할 비중도 같이 커지는 것이다. 그 다음은 십사조다. 십오조, 십육조... 십구조까지 바라본다. 1:9로 시작해서 9:1까지 갈 수 있도록.
그리하여 개척교회 목회자 자녀들 장학금, 아픈 사람들/사역자 의료비, 선교사 사역지원비 등 지원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하나님이 주시는 것들을 나만 누리지 않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흘려보내고 더 많이 흘려보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각 사람마다 적용이 다를 수 있음, 또한 하나님의 응답하심은 어떤 조건이 있음도 아님을 밝힘)